탐방(探訪)의 사전적 의미는 "명승지나 유적지 따위를 구경하기 위하여 찾아감"이다. 나는 우리나라 각지를 탐방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휴일이 많은 봄∙가을에 휴가를 내 일주일 정도씩 국내 여행을 하는 것은 내 삶의 활력소이고, 늘 기다려지는 기쁜 일이다.
곳곳에 유명한 사찰(절) 하나쯤은 있으니 그저 구경삼아 다니다가 몇 년 전에 사찰 문화재에 마음을 뺏기고 말았다. 이왕이면 제대로 구경하자는 결심을 하여 책과 인터넷을 통해 공부했고, 사찰을 찾아가 새로운 시각으로 문화재를 만나게 됐다. 최근 5년간 70개 사찰을 구경했고, 3회 이상 다녀온 곳도 있다.
국가가 지정한 최고 가치의 문화재는 국보(國寶)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인류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으로 정의되는데 2019년 현재 325호/341점이 지정되어 있고, 이중 52%에 해당하는 177점이 불교문화재다. 보물은 2,036호/2,171점 중 57%인 1,228점이 불교문화재다. 어지간한 사찰은 이런 보물 한 점 쯤은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불교는 고구려 소수림왕 2년(372년)에 한반도로 처음 전래된 이래 약 16세기에 걸쳐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누구나 불교문화권에 살던 조상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이다. 산사는 “산에 있는 사찰”이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찰이 도시에 있었지만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살아남은 사찰은 대부분 산에 있다. 2018년에 유네스코는 한국의 7개 사찰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유산 등재하였다.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대부분 산과 계곡이 어우러진 곳에 위치하고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 많다. 사찰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입구에서 사찰에 이르는 길에 만나는 냇물과 나무, 꽃, 풀 등의 자연이 주는 그 힐링의 느낌이 더 좋다.
사찰에 들어서면 일주문-천왕문-해탈문을 거쳐 각종 전각(殿閣)을 만나게 되고 거기에 있는 불상, 탑, 승탑, 범종, 탱화 등 다양한 불교문화재를 만나 이들이 보물인 이유를 알게 되면서 찾아간 기쁨을 느낀다. 특히 사찰 건물은 가장 아름다운 한옥이며, 건축양식이나 창호의 문양, 지붕의 모양 등 꽤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사찰은 근본적으로 종교시설이기는 하지만 내겐 문화재이고, 또한 아름다운 정원이다. 사찰 주변을 따라 둘레길이 발달되어 있기도 해서 맑은 공기 속에 걷기 좋고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는 명산을 오르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새로 맞이하는 봄에는 아직 가보지 못한 사찰을 여러 군데 가볼 생각이다. 특히 순천 선암사의 벚꽃이 한창일 4월이 더 기다려진다. 글을 쓰고 있는 이 겨울에도 벌써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