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부터 해외학회는 늘 동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과 다니고 있습니다. 먼 거리 비행기 이동도 덜 지루하고, 이런저런 살아가는 애기를 편안하게 나누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학회장에서 각자 듣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모여 맛집을 찾아가 함께하는 식사, 학회 일정을 쪼개어 렌터카로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은 만날 때마다 단골 이야기 거리입니다.
제대로 레슨을 안 받아 어설프고 연습조차 게을러 별 진전 없는 골프실력이지만 후배, 동료, 선배 진단검사의학과 선생님들과 라운딩은 늘 설레고 즐겁습니다. 네 명이 함께 하루 반나절을 필드에서 시간을 보내며 각자 병원의 문제나 어려움을 나누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 다양한 의견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곤 합니다. 카트 타고 이동하는 시간보다 걸어야 하는, 그래서 잔디를 홀로 오랫동안 밟을 수 있는 힘든 즐거움도 있습니다. 끝나고 함께 하는 식사시간에 나누는 담소와 음식 역시 큰 기쁨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더욱 함께 하는 즐거움이 너무 좋습니다.
3년 전 친한 동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로부터 개정된 WHO 분류에 따라 chronic myelomonocytic leukemia(CMML)를 자주 만나는 5개 대학 교수들끼리 자료를 모아 재분류하는 작업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5개 대학에서 38케이스의 CMML을 정리하여 ALM에 투고하였습니다. 5개 대학에서 5년간 자료를 모았기에 가능한 연구였습니다. ASH나 EHA 참가할 때 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는 발표된 많은 연제들이 다기관 공동연구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그렇기에 의미 있는 데이터가 가능한 것을 보며 부러운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국내 대한혈액학회 내 여러 연구회는 다기관 공동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며 많은 연구결과를 국제학회에 발표하고 저명국제학술지에 투고합니다. 대한혈액학회 내 여러 연구회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가 적극 참여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주도 연구회 활동은 미미합니다.
길병원은 연 약 800건의 골수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단일기관으로 적잖은 검사건수이나 막상 특정질환별로 나누어 연구하기엔 환자수가 충분치 않습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대학병원이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제가 전공의 할 때만 해도 대한혈액학회에서 진단검사의학과가 내과와 비교하여 결코 적지 않은 연제를 발표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대한혈액학회에서 진단검사의학과의 연제발표는 상당히 위축되어 있습니다.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단일병원의 진단검사의학과 환자 데이터로 연구를 진행하긴엔 충분치 않은 환자수로 생각됩니다. CMML를 함께 분석했던 5개 기관 동료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들과 우리끼리라도 공동연구를 해보자는 논의를 하면서 실제 개인적으로 진행하기엔 여러 장애물들로 녹록치 않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진단혈액분야의 전문의들이 함께 공동작업을 하지 않는다면 많은 환자를 확보하고 있는 몇 개의 대형병원을 제외한 대다수의 병원에서 유의미한 연구가 어렵습니다. 이제 진단혈액학회 차원에서 공동연구의 방법을 모색하고, 여러 장애물들을 헤처나갈 방법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