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찬
한림의대

최근 우리 사회에 논란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한 4세 아이가 장출혈성 대장균(O157;H7 혈청형)에 감염되어 용혈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 HUS)에 걸린 것이 발단이다. 모든 언론매체와 전문가들조차 이 질환을 햄버거병이라고 주장하면서 ‘용혈성요독증후군’이란 잘못된 병명을 사용하고 있다. ‘-성’을 생략한 ‘용혈요독증후군’이 의학적으로 올바른 표현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우리나라 의학용어를 정비하면서 의학용어집 초판(1977)을 발간한 이래 40년에 걸쳐 ‘용혈요독증후군’으로 표현하였다.

당시에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으나 2009년 대한민국의학한림원에서 주관한 의학용어 원탁토론회에서 ‘-성(性)‘ 의 용법과 그 생략 범위에 대한 내용을 주제로 다루면서 ’-성‘은 생략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서 ‘성’의 용법과 그 생략 범위에 대해 혼동을 없앨 목적으로 ‘-성’이 사용되는 경우를 몇 가지로 분류하여 설명하였다.

가장 먼저 설명한 내용은 앞에 나오는 용어의 기능을 부여하되, ‘-성’ 대신 ‘-의’를 넣어도 문제가 없는 경우는 ‘-성’을 생략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aplastic anemia (AA)는 재생불량빈혈, iron deficiency anemia (IDA)는 철결핍빈혈,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 (PNH)는 발작야간혈색뇨증 등이다, 또한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급성전골수구백혈병(APL), 급성림프모구백혈병(ALL), 만성림프구백혈병(CLL)도 같은 의학용어의 설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성’을 사용하는 경우는 앞에 나오는 용어의 기능을 부여하되, ‘-와 관련된’ 혹은 ‘-의 성상(性狀)을 지니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이다. acute myeloid leukemia 급성골수성백혈병(AML)이나 hemorrhagic thrombocytopenia 출혈성혈소판감소증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다양하고도 예외적인 조건들이 있어 이러한 용어를 사용할 때는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대한혈액학회는 새로운 혈액학 교과서 교정판을 출간하기 위해 편집위원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였다. 새로운 혈액학적 지식을 도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지식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의학용어의 표준화가 필요하다. 2011년 「혈액학(HEMATOLOGY)」 교과서 개정판 발간에 앞서 사용할 의학용어 및 약어에 대한 기본적인 규칙만 마련하여 발표한 적은 있다.

필자는 진단검사의학 용어의 표준화가 대한 인식을 높이겠다는 생각에 3년 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서울의대 지제근 명예교수를 초대하여 진단검사의학용어의 표준화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여기에서 지제근 교수는 아래와 같은 의학용어 표준화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의학용어를 혈액학 용어에 국한하여 설명할 필요가 없기에 의학용어의 표준화로 하였고, 띄어쓰기에 대한 내용은 추가하였다.

1. 의학용어는 전문용어와 일반용어를 구분해야 한다.

의학용어 중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널리 쓰고 있는 용어가 많이 있다. 머리, 가슴, 배, 팔다리, 젖통, 사타구니 등의 해부학적 용어뿐만 아니라 두드러기, 언청이, 토사광란, 황달, 지랄병 등 병적 용어도 있다. 염통, 콩팥, 지라, 피 혹은 창자, 오줌보. 땀, 침 등도 오랫동안 써오던 것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환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필요한 용어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전문용어와 함께 일반용어로서의 의미를 부여하고 같이 사용하도록 한다. 그런데 한가지 영어용어에 대한 우리말 전문용어는 한가지로 통일하여야 한다. 예컨데 ‘신장’과 ‘콩팥’을 같이 쓰되 공식 의학학술용어는 ‘신장(腎臟)’ 하나로 통일하여 관련된 파생용어에 혼동을 없애야 하며, 이것을 초중등학교 교과서로부터 시작하여, 전문학술지, 단행본, 논문, 공문서 등에서 일관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2. 우리말 의학용어의 기원인 한자(漢字)를 배척해서는 안된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유럽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들 언어의 기원인 라틴어를 필수로 배우는 것은 그것이 말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용어도 이렇거늘 전문학술용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과학을 기술하고 표현하기에 원천적 제한이 있다. 즉 한글은 학술용어에 관한 조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행이 우리 선조대부터 써오던 한자의 탁월한 조어력에 힘입어 의학용어를 터득할 수 있었고, 또 앞으로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대한해부학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해부학용어집 3판을 발행하면서 갑자기 이전의 1판, 2판에서 병기하던 한자를 완전히 배제한 채 순수 한글화하는 작업을 모든 해부학용어에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적어도 의학사전이나 용어집 수준에서는 한자로 표시할 수 있는 우리말 의학용어는 원칙적으로 모두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는 것이 옳다. 그리고 일반 의학논문에서도 혼동될 수 있는 용어는 괄호 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용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요약컨대 적어도 의학 분야에서는 영어권 사람들이 해오는 것 같이 의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전문용어를 지키기 위하여 결코 한자를 배척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한자를 가까이 함으로써, 한자용어를 통해 일본과 중국 등에서 한자로 발간되는 수많은 귀중한 서양의학 문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3. 외래어(外來語)와 외국어(外國語)의 우리말 표기방법을 빨리 통일해야 한다

외래어와 외국어 표기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과 다른 위치에 있다. 즉 우수한 한글을 이용하여 우리에 맞는 표기를 이상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알레르기(allergy), 비타민(vitamin), 디아스타제(diastase), 글리코겐(glycogen) 등은 오랫동안 의학용어로 굳어진 외래어이지만, 일부에서는 영어식 발음을 사용하고 있는데 외래어 표기가 통일되지 않았다.

한편 외국어의 한글표기는 사람마다 다르게 표기하고 있어 그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Television의 우리말 표기가 6가지가 넘고, apoptosis에 대한 우리말 표기도 ‘얘포푸토시스’를 위시하여, ‘에이포토시스’, ‘에이포프토우시스’ ‘애포토시스’ 등 수없이 많다. 이와 같은 현상은 교육적 견지에서 결코 바람직 한 것이 아니며 하루 빨리 하나로 표준화되어야 한다.

4. 의학용어는 붙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의학용어의 띄어쓰기도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의학용어는 붙여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일관적인 붙여쓰기의 적용으로, 긴 음절의 용어나 구로 이루어진 의학용어의 경우 의미 파악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각 학회지, 의료계 신문 등에서는 원칙 없이 나름대로 적당하게 붙여쓰기와 띄어쓰기를 혼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띄어쓰기에 있어 일률적인 규정을 세우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한 가지 규정을 세우면 그 예외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의학용어 표준화의 취지에 맞게, 적절한 띄어쓰기를 같이함으로써 원할한 의사소통은 물론 의학에 대한 이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혈액학은 의학의 한 분야이다. 따라서 혈액학 용어는 자연히 의학용어와 연계되고 서로 보완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서 기술한 표준화 방향은 혈액학용어뿐만 아니라 전체 의학용어에도 적용될 것이다. 혈액학 교과서를 제작하는 지금이야 말로 우리 혈액학계가 힘을 모아 미래 지향적인 혈액학용어의 표준화 방향을 확정하고 이를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적기(適期)라고 생각한다. 한편 우리 진단혈액학계도 책임감을 갖고 보편타당하고 훌륭한 의학용어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에 일조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1. 대한의사협회 의학용어집. 제9집. 2009
  2. 의학용어 원탁토론회 발표자료집. 2009
  3. 대한혈액학회 혈액학교과서.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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