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석래
일산 동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혹시 휴대폰 분실 시 도움이 될까 하여 제 경험을 말씀드리고자 한다. 최근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졸업한 맏아이의 졸업식에 개인사정으로 가지 못하고 아내와 막내가 가게 된다. 졸업식 이틀전날 아침, 아내는 용감하게도 혼자 숙소 인근의 메디슨스퀘가든(Madison square garden)으로 산책을 나간다. 아이폰에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고 음악 들으며 거닐다가, Shake shack burger 에서 햄버거와 생맥주 한잔도 시켜 먹다 보니 기분이 꽤 좋았을까. 잠시 음악끄고 바람 쐬며 다니다 약 2시간쯤 지난 후에야 아뿔싸! 그때서야 아이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패닉에 빠진 아내는 한걸음에 숙소로 달려와 맏아이의 폰으로 내게 카카오톡 음성통화를 건다.

그러나 그 때 미국은 대낮이지만 한국은 한밤중, 독특한 카톡 벨소리가 귀를 찌르며 나의 귀한 단잠을 깨운다. 휴대폰 분실 소식을 접하니 잠이 확 달아나고, 50대 중반의 한국인 주부가 겁 없이 홀로 뉴욕 한복판을 다니는 것도 모자라 아침부터 음주까지 했다니 어이 상실이다. 그나저나 뉴욕 한복판인데 휴대폰이 없으니 무대책이네. 자식들 옆에 껌처럼 딱 붙어 다니다 귀국하라 하나? 당장 분실신고하고 미국에서 새 폰을 사나? 별 생각이 다 든다. 막내는 일단 분실정지 시키고, 찾을 가능성이 거의 제로이니 새 폰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족 단톡방에서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결국은 혹시 모르니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 보고 새 폰을 사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한밤중에 잠은 달아나버렸고 휴대폰 분실 대처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죄다 위치추적에 관한 것들이었다. 뉴욕에서 분실했는데, 위치 추적해 봤자 어떻게 찾으란 말인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114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분실정지시키면 문자나 통화를 전혀 못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분실 추정시각 후 4시간이 지난 현재까지 통화 내역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혼자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내의 폰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사용가능토록 설정되어 있지만 잠금화면에서도 문자 메시지는 보이고 알림소리도 났었다. 그래서 나는 그 휴대폰 주운 사람이 혹시 문자를 볼 수 있다면 연락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과감하게 분실정지는 하지 않고 아내 폰으로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기로 하고, 그 동안 가족끼리 단톡을 하느라 아내의 폰에 생소한 한글문자가 계속 뜨게 되었을 테니 그 단톡방은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Hi, if you happen to have my phone, please call 917-xxx-xxxx. Thank you” 의 문자를 아내 폰으로 가끔씩 보냈다.

밤잠을 설치고 출근했는데 막내한테 문자가 왔다. “핸폰 찾았어!” 나의 작전이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폰 주운 사람이 문자를 보고 바로 전화번호의 주인인 맏아이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나는 아내에게 선물 하나 사들고 가서 휴대폰을 받아 오라 했다.

다음날 폰 찾은 아내와 통화를 했는데, 투덜대며 하는 말이 자식들 다 필요 없고 남편밖에 없단다. 결정적으로 폰 찾게 해 줘서 고마워서 그런가 했는데 자세히 들어 보니 그게 아니고, 핸드폰 찾으러 좀 가자 하니 막내는 약속 있다고 아침부터 나가버리고 졸업을 하루 앞두고 바쁜 맏이를 앞세워 지하철, 버스 및 도보를 반복하며 갔다 오는 길에 온갖 투정과 비난을 당했으니 우군이 필요해진 것이었다.